2025년 9월, 미국 조지아주의 한 건설 현장에서 수백 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전격 체포되고 구금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던 인력들이었습니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한국이 수조 원을 투자한 사업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단순한 이민 단속을 넘어 외교적 갈등으로까지 비화됐습니다.
문제의 시작: 불명확한 비자 체계
이번 사건의 핵심은 ‘비자 종류’와 ‘업무 내용 간의 불일치’입니다. 구금된 대부분의 한국인 근로자들은 B-1 비즈니스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자들은 통상적으로 ‘비즈니스 미팅’이나 ‘계약 협의’ 등 제한적인 상업 활동만 허용할 뿐, 현장에서 직접 손을 대는 육체적 작업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배터리 제조 설비 설치, 시공, 기술 자문 및 운영 테스트** 같은 고도의 기술적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말해, 현장의 필수 기술자들이었지만, 그에 맞는 ‘취업 비자(H 비자, L 비자)’가 아닌 다른 형식의 입국 경로를 이용했다는 것이 미국 당국의 판단이었죠.
왜 하필 한국인들이 체포되었나?
현대-LG 배터리 공장은 미국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외국인 투자 유치 성공 사례입니다. 미국 정부 스스로도 수차례 홍보한 사업이며, 1,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기대되는 프로젝트죠. 그런데도 이번 단속은 매우 강경했습니다. 이민 단속반(ICE)은 **공장 현장에 군사 작전급 병력을 투입해 새벽부터 전격 체포를 단행**했고, 손과 발을 수갑으로 묶고 이송하는 과정까지 거쳤습니다.
주로 한국 협력업체의 시공 및 기술 인력들이 집중적으로 체포되었는데, 이는 **기술적 업무를 위해 단기 파견된 근로자들이 많았고, 이들이 현장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 현지 노동법 상 '불법 고용' 또는 '무단 취업'으로 간주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를 근거로 ICE가 강제 구금에 나선 겁니다.
미국의 이중적 태도? 요청과 단속 사이
문제는 그 이전까지의 맥락입니다. 현대-LG 공장은 미국이 직접 요청하고 대규모 인센티브(보조금)를 약속하면서 유치한 사업입니다. 한국 기업은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공장입니다.
그런데 정작 **설비를 설치하고 라인을 조정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한국에서 직접 파견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적절한 비자 체계가 사전에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한국의 투자는 원했지만, 그에 필요한 인력의 합법적 체류와 업무 수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허술했던 것이죠.
일각에서는 이번 단속을 “이중적 태도”라고도 비판합니다. 한 손으로는 투자와 일자리를 요청하고, 다른 손으로는 파견된 기술자들을 범법자로 간주해 체포한 모순된 행위라는 것입니다.
구금 환경과 우리가 받은 ‘대접’의 의미
체포 이후의 처우도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수갑을 양손, 양발, 허리까지 묶고 수용소로 이송되었으며, 미국 구금시설 특유의 열악한 환경 — 냉방조차 되지 않는 콘크리트 방, 부족한 침구, 식사 부족과 언어장벽 — 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체포 이유나 변호인, 통역의 접근조차 어려웠다는 점은 인권 차원에서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처우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한국이라는 동맹국을 어떻게 대우하는가’에 대한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귀환과 이후의 과제
다행히도 한국 정부는 긴급히 외교 채널을 가동해, 약 316명의 구금자 전원을 귀국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과는 향후 기술 인력 파견을 위한 비자 체계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을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지 외국인 단속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협력과 투자 환경에서 인력 이동의 법적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