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애마’는 단순히 한 시대의 에로영화를 재조명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바로, 충무로에서 여성 배우가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 했던 현실과 싸움입니다. 배우 이하늬는 극 중 ‘정희란’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런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심축을 맡았습니다.
정희란은 누구인가?
정희란(이하늬 분)은 1980년대 한국 충무로 영화계를 주름잡던 톱 여배우입니다. 화려한 외모와 강단 있는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 배우는 소비되는 존재'라는 업계의 냉혹한 시선이 숨어 있습니다.
정희란은 단순한 인기 스타가 아니라, 연기에 진심인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영화 제작자가 그녀를 외면하고, 새로 발탁된 신인 배우에게 주연 자리를 넘기면서 그녀의 커리어는 위기를 맞습니다.
주연 자리를 빼앗기고 마주한 현실
정희란의 갈등은 ‘주연을 빼앗겼다’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정체성과 존엄, 그리고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무너지는 과정입니다. 특히 제작자가 내세우는 이유가 “이젠 당신보다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말일 때, 그녀는 충격을 넘어 깊은 허무를 겪습니다.
드라마는 정희란이 이 위기를 어떻게 마주하고 극복해 나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립니다. 단순한 복수나 회복 서사가 아니라, 후배 여배우와의 연대, 스스로의 연기를 돌아보는 성찰, 사회의 시선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그녀는 ‘다시 배우’로 서게 됩니다.
정희란이라는 인물이 가진 의미
정희란은 한 시대의 스타로서 대중의 시선을 끌던 인물이지만, 동시에 그 시대에 ‘여배우’라는 이유로 대상화되고 희생됐던 여성들의 집약체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는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자존감과 고독이 스며 있습니다.
감독 조현철은 이 인물을 통해 “여성을 바라보는 산업적 시선”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면서도, 그 안에서 스스로를 지켜낸 여성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그려냅니다.
결론 – 정희란은 ‘배우’라는 이름을 지킨 사람
드라마 ‘애마’ 속 이하늬의 연기는 단지 캐릭터 재현을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여성의 서사를 품고 있습니다. 정희란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끝내 '배우'로서의 삶을 지켜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